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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에너지세 다시 보기

by Sweet lawyer 2025. 4. 15.

에너지 가격이 연일 치솟는 고물가 시대,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단순히 원재료 가격 상승에 그치지 않습니다. 기름값이나 전기요금 속에 숨어 있는 ‘에너지세’ 또한 눈에 보이지 않는 부담 요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유류세에 포함되어 국민 대부분이 인지하지 못한 채 매일 납부하고 있는 간접세입니다. 이 세금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영향을 주고 있으며, 서민 경제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이 세금의 구조와 실질적인 납세자 부담, 그리고 제도 개편 방향까지 상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란 무엇인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1994년 ‘교통세법’에 근거해 도입된 목적세입니다. 원래는 도로 건설 및 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을 목적으로 한 ‘교통세’였으나, 2007년 개정 이후 그 용도가 에너지 효율화와 환경 개선까지 확대되며 현재의 명칭이 되었습니다. 이 세금은 휘발유, 경유, LPG와 같은 에너지 제품에 부과되며, 유류세 안에 포함되어 징수됩니다. 즉, 우리가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구입할 때 내는 돈 중 약 50%가 세금이며, 그 중 큰 비중이 교통·에너지·환경세입니다. 휘발유 기준 리터당 약 529원의 세금이 붙으며,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까지 포함되면 실질적인 세금 부담은 훨씬 커집니다. 이 세금은 ‘간접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소비자는 직접 납세자가 아님에도 매일 이 세금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국민 대부분이 이 구조를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리터당 가격만 확인하고 결제하기 때문에, 그 속에 숨어 있는 세금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실제로 리터당 1,800원짜리 휘발유 중 약 900원 이상이 세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습니다. 또한, 이 세금은 ‘목적세’이기 때문에 일반 세금처럼 자유롭게 편성·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교통, 환경, 에너지 관련 예산에 한정적으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산의 편성과 집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세금 사용처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낮은 편입니다. 이처럼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우리가 매일 납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조차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실질적인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특히 서민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생활 필수품에 붙은 높은 세금으로 작용하면서, 체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에너지세가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실질적인 세율 구조보다 그 체감 부담률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대표적인 간접세입니다. 고물가 시대에 이 세금이 서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합니다. 첫째, 이 세금은 소득에 관계없이 동일 비율로 부과됩니다. 휘발유나 경유 1리터를 구입할 때 누구나 같은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소득 하위층은 지출 대비 세금 부담이 상위층보다 훨씬 더 큽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30만 원의 유류비를 사용하는 고소득자와 동일 금액을 사용하는 저소득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저소득자의 월 소득 대비 세금 비중은 2~3배 이상 될 수 있습니다. 이는 명백한 역진성과 불공정 과세 문제로 연결됩니다. 둘째, 자가용 출퇴근자나 생계형 운전자에게는 생활고로 직결됩니다. 특히 수도권 외곽, 지방 소도시, 농어촌 지역에서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해 자가용 이동이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차량 유지비 자체가 필수 지출로 고정되며, 그 안에 포함된 세금은 매달 수십만 원 규모에 달합니다. 유류비가 많을수록 세금 부담도 커지는데, 이를 보전해 줄 사회적 시스템이나 세제 혜택이 없기 때문에 생활비 부담이 지속적으로 가중됩니다. 셋째, 소상공인, 자영업자, 화물차 기사 등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의 경우 영업 이익이 직접 타격을 받습니다. 특히 경유차를 이용하는 운송업이나 물류업에서는 전체 운송비의 30~40%가 유류비이며, 그 절반이 세금이라는 점에서 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넷째, 심리적 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습니다. 기름값이 오를 때마다 뉴스에서는 세금 비중을 언급하지만, 정부 차원의 투명한 공지는 드뭅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정부가 기름값 상승을 방치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며, 세금에 대한 신뢰도 역시 떨어지게 됩니다. 결국 교통·에너지세는 단순히 국가 기반사업을 위한 재원이 아니라, 서민 경제의 실질적인 지출 구조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이에 따라 보다 세분화된 세금 구조 개편이 필요하며, 소득 수준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차등적 세제 설계가 요구됩니다.

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방향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제도의 취지 자체는 공공적입니다. 그러나 도입 이후 30년 가까이 지속되어 온 제도인 만큼, 사회적 변화와 기술 혁신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많습니다. 따라서 현재 구조에 대한 비판은 제도의 무용론이 아니라 재설계 필요성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합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것은 탄소중립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과세 기준입니다. 전기차나 수소차는 기존 유류세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교통세를 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동일한 도로를 사용하고, 공공 인프라를 이용합니다. 이러한 비대칭 과세 구조는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며,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에도 한계를 드러냅니다. 향후 전기차 충전에도 일정 비율의 ‘에너지 사용세’를 부과하는 방안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목적세의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시급합니다. 교통세 수입은 도로 건설, 철도 확장, 환경 정비 등 다양한 공공 사업에 사용되지만, 일반 시민이 이를 명확히 확인하기란 어렵습니다. 연례 보고서나 예산안으로만 공개되는 형식은 접근성과 이해도를 떨어뜨립니다. 이에 따라 온라인 예산 추적 시스템 도입, 세금 사용 내역의 월별·분기별 공개가 필요합니다. 셋째, 세율의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유연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현재는 정부가 일시적인 유류세 인하 정책을 시행하긴 하지만, 이는 법적 근거보다 행정적 판단에 의해 이뤄집니다. 보다 제도화된 탄력세율 구조를 마련한다면, 유가 급등 시기에 자동으로 세율을 낮추고, 안정 시 다시 회복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체감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정부 재정의 안정성도 확보하는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필요계층을 위한 세제 감면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생계형 자가용 사용자, 영세 운전자, 농업용 차량 이용자 등은 연료비의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지만, 교통세와 에너지세에 대한 환급이나 감면 혜택은 거의 없습니다. 정부는 이들 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개발해 형평성을 제고하고 사회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분명 사회기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기여해온 세금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물가 상승과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겹친 상황에서는, 국민의 삶과 너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세금입니다. 특히 직접 세금으로 인식되지 않지만, 매일 체감하는 간접세인 만큼 과세 구조의 명확성, 공정성, 투명성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단순한 세율 인하 논의가 아니라, 세금 자체의 구조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입니다. 납세자 중심의 과세 체계, 소득과 소비에 기반한 형평적 분담 구조, 기술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과세 기준이 마련돼야 하며, 이를 통해 교통·에너지세가 ‘숨은 세금’이 아닌 납득 가능한 공공재정 수단으로 인식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