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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는 언제, 왜 생긴 것인가

by Sweet lawyer 2025. 4. 28.

상속세는 단순히 누군가의 재산을 물려받을 때 발생하는 세금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사회적 형평성과 공공재정의 논리가 깊숙이 녹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상속세가 처음 어떻게 등장했는지, 어떤 사회적 필요와 배경 속에서 제도화되었는지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상속세가 지닌 의미와 지속적인 논쟁의 이유까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상속세의 탄생 배경

상속세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 시작은 아주 오래 전인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로마는 막강한 군사력을 유지해야 했고, 이를 위해 지속적인 재원이 필요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사망할 때 남긴 재산 중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여 군대를 운영하는 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초기 형태의 상속세는 단순히 개인 재산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존립과 안정을 위한 필수 재원이었던 셈입니다.

중세 유럽에서도 비슷한 개념이 존재했습니다. 영주나 귀족이 사망하면, 그들의 상속인은 상속 재산의 일부를 상위 영주나 왕에게 바쳐야 했습니다. 이때 납부했던 돈은 상속 승인 비용이라는 명목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상속세의 초기 형태와 매우 유사합니다.

현대적 의미의 상속세는 산업혁명 이후 본격적으로 등장합니다. 산업혁명은 거대한 부를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현상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 부의 불평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1796년 상속재산에 대한 공식적인 세금을 도입하며, 상속세 제도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습니다. 미국 역시 남북전쟁 직후인 1860년대에 전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상속세를 도입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이후 여러 차례 상속세를 폐지하고 재도입하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상속세는 전쟁과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재정 확보 수단으로 주목받으며, 점차 제도적으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상속세가 생긴 이유

상속세의 탄생에는 단순한 세수 확보 이상의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속세는 부의 세습을 견제하기 위한 강력한 장치로 작동해왔습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막대한 부가 아무런 제약 없이 넘어가게 되면, 사회 내 계층 이동이 어려워지고 빈부 격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고착화됩니다. 이런 현상은 사회 전반의 활력 저하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일정 부분 차단하여, 보다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었습니다.

또한 상속세는 국가 재정 확보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마련이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재산 이동이 발생합니다. 국가 입장에서는 이 자연스러운 재산 이동을 과세 대상으로 삼아 안정적인 세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전쟁, 경제위기, 복지국가 건설 등 대규모 재정 지출이 필요한 시기마다 상속세는 필수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사회적 연대 원칙도 상속세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개인이 축적한 재산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사회가 제공한 각종 인프라와 제도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법 질서, 교육 제도, 시장 환경 등이 모두 재산 축적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사망 시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논리가 형성되었습니다. 이는 현대 복지국가의 이념과도 맞닿아 있으며, 사회 전체를 위한 책임과 연대 의식을 강조하는 흐름 속에서 상속세는 더욱 정당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상속세 도입 역사

한국에서는 광복 이후인 1949년에 처음 상속세 제도가 도입되었습니다. 광복 직후 한국 사회는 일제 강점기 동안 일본인 소유로 남겨진 재산 문제를 정리해야 했습니다. 이를 단순히 개인 간 거래로 풀어가기에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위험이 컸고, 공정성과 국가 재정 확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속세가 필요했습니다.

6.25 전쟁이라는 대규모 재난은 한국 정부가 재정 기반을 시급히 확충해야 하는 현실을 직면하게 했습니다. 국방비, 복구비용, 사회복지 지원 등 전후 복구 사업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고, 이때 상속세는 중요한 재정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에는 빠르게 부를 축적한 신흥 자산가들이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다시 상속을 통해 재산을 다음 세대로 이전하려 했고, 정부는 이 과정에서 상속세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습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부의 재분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상속세 제도는 다소 강화되는 방향으로 조정되었습니다. 현재 한국의 상속세는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시 최고 50% 세율을 적용하며,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속합니다. 상속세는 여전히 부의 집중을 완화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상속세는 고대 로마의 군사 재원 조달이라는 실용적 목적에서 출발해, 중세 봉건사회와 근대 산업자본주의를 거치며 점차 현대적 제도로 발전해왔습니다. 그 본질은 단순히 죽은 사람의 재산을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부의 세습을 견제하고, 국가 재정을 안정화하며,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려는 데 있습니다.

한국은 1949년 상속세를 도입한 이후, 다양한 경제·사회적 변화를 겪으면서 제도를 수정하고 보완해왔습니다. 현재 상속세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부의 공정한 이전과 사회적 평등을 위한 제도로서 그 의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상속세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금 하나를 아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지를 읽어내는 일입니다. 앞으로 상속세에 대한 논의는 계속 이어지겠지만, 그 존재 이유와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