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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들리는 ‘사운드’는 진짜일까?

by Sweet lawyer 2025. 5. 28.

인터넷과 SNS에는 종종 “우주에서 들린 소리”라는 영상이나 음원이 올라옵니다. NASA에서 공개한 블랙홀의 소리, 화성 헬리콥터가 녹음한 음파, 우주선이 지나가며 발생한 저주파 진동 등, 사람들은 ‘우주에도 소리가 존재할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우주는 거의 완벽한 진공 상태이며, 일반적인 의미에서 소리가 ‘전달’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접하는 우주의 ‘사운드’는 과연 진짜일까요? 이 글에서는 우주에서 실제로 측정된 음파 데이터, 사운드의 과학적 정의, 그리고 우주 사운드의 제작과 해석 방식까지 정리하여, 대중적으로 회자되는 우주 소리의 진실을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우주에서는 왜 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음파, 진공, 대기)

소리란, 공기나 액체, 고체 같은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 기계적 파동(mechanical wave)입니다. 이 파동은 분자들의 진동을 통해 에너지를 전달하며, 우리의 귀는 이 진동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소리로 인식합니다.

그러나 우주는 대부분 진공 상태입니다. 진공에서는 분자가 거의 없거나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파동을 전달할 수 있는 매질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구에서처럼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는 우주 공간에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어떤 식으로 ‘소리’를 얻을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우주에는 소리와 유사한 진동 에너지가 존재합니다. 플라즈마 상태의 이온과 전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전자기 진동, 저주파 압력파, 자기파 등은 측정 장비를 통해 ‘데이터’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음파가 아닌, 수치로 기록된 고차원적인 파동들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우주 사운드’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자료는 과학적 데이터를 가청 주파수로 변환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소리 녹음이 아니라, 진동 데이터를 음성화(Sonification)한 결과로 이해해야 합니다.

NASA가 공개한 ‘우주의 소리’, 그 진짜 정체는? (우주영상, 음원, 제작 방식)

최근 몇 년간 가장 주목받은 우주 사운드는 NASA가 2022년에 공개한 블랙홀(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의 소리입니다. 이 음원은 짧고 낮은 웅웅거리는 저주파 소리로, 많은 사람들이 “블랙홀에서도 소리가 들리는구나!”라며 흥미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이 소리의 실체를 알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블랙홀 사운드는 실제로는 X-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압력파(P-wave)의 시각적 분석 결과를,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로 변환한 것입니다. 블랙홀 주변의 고밀도 가스로 가득 찬 환경에서 발생한 압축파(압력파)는, 일반적인 진공 공간과 달리 매질을 갖고 있어 소리 유사 파동이 발생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데이터를 ‘가청 범위’로 맞추기 위해, 실제 주파수를 약 5,000배 증폭시켰습니다. 즉, 인간의 귀는 감지할 수 없는 초저주파를 오디오 음역대(20~20,000Hz)로 조정해 들을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또 다른 예는 화성 헬리콥터 ‘인저뉴어티(Ingenuity)’의 비행 소리입니다. 2021년, NASA의 마이크가 녹음한 화성 음원은 실제 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성은 지구보다 대기 밀도가 1% 수준으로 매우 희박하지만, 여전히 이산화탄소로 구성된 대기를 가지고 있어 소리의 전달이 가능합니다.

이 소리는 인간이 직접 녹음한 ‘외계의 소리’로는 최초로 꼽히며, 헬리콥터 프로펠러 소리와 바람 소리가 실제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지구와는 다른 대기 특성 때문에 더 낮고 흐릿한 느낌의 소리로 들립니다.

이처럼 우주 사운드는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실제 마이크를 통해 녹음된 음원(화성, ISS 내부)과 진동/파동 데이터를 음성화한 합성음(블랙홀, 자기파, 플라즈마 진동)입니다.

결론적으로, 블랙홀의 ‘소리’는 실제 녹음이 아니라 과학적 데이터의 해석물이며, 진정한 의미의 ‘소리’라기보다 ‘데이터 기반 사운드’입니다.

우주 사운드는 왜 만들어지고 어떻게 활용될까? (해석, 교육, 예술)

우주 사운드는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과학적 활용과 교육적 가치 면에서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 과학적 시각화(Sonification)입니다. 인간은 시각적 데이터에 익숙하지만, 대규모 데이터셋의 특정 패턴을 음향적으로 분석하면 오히려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음성화’라고 하며, 진동 주파수, 방사선 변화, 자기파 활동 등을 사운드로 번역하여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NASA, ESA, MIT 등은 실제로 많은 우주 관련 데이터를 음성화하여 교육 콘텐츠, 일반 홍보, 과학자들의 분석 도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둘째, 교육과 대중 참여 확대입니다. 일반인에게 숫자 데이터는 어렵게 다가오지만, 소리로 변환된 정보를 들려주면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됩니다. 블랙홀의 저음, 태양풍의 고동, 자기파의 떨림 소리 등을 통해, 사람들은 우주의 복잡한 물리현상에 흥미를 느끼고 과학에 접근하게 됩니다.

셋째, 예술과의 융합 콘텐츠 개발입니다. 많은 사운드 아티스트, 작곡가들이 우주 사운드를 활용해 음악, 미디어아트, VR 체험을 만듭니다. ‘우주의 소리 콘서트’, ‘데이터 기반 사운드 인스톨레이션’ 등은 관객이 우주의 과학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창구가 됩니다.

넷째, 실시간 모니터링에도 활용됩니다. 위성에서 수집된 플라즈마 진동이나 자기장 변화 데이터를 소리로 변환하면, 이상 징후를 귀로 감지할 수 있어 우주기상 예측에 도움이 됩니다.

결국, 우주 사운드는 “진짜 소리냐 아니냐”의 이분법을 넘어서, 과학과 인간 감각의 접점을 넓히는 창의적 매개체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

우주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소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공간이 진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수집한 진동, 자기파, 압력파 등의 데이터를 인간의 가청 주파수로 변환하여, ‘소리처럼’ 재현하고 있습니다.

블랙홀의 굉음도, 태양풍의 노이즈도, 실제로는 데이터 기반의 음성화 결과물이며, 마이크로 녹음된 소리와는 다릅니다. 다만, 이런 사운드는 우리가 우주를 ‘듣는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과학적·교육적·예술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우주 탐사가 진행될수록, 더 다양한 우주 사운드가 공개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제는 ‘이 소리가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넘어서, 이 사운드는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과학적 호기심으로 우주를 들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