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여행이라고 하면 흔히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같은 대도시를 떠올리기 쉽지만, 진짜 스페인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소도시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 동북부의 카탈루냐 지방에는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완벽한 소도시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보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도시인 지로나(Girona), 시체스(Sitges), 비크(Vic)를 중심으로 각각의 특징과 걷기 좋은 포인트들을 소개합니다.
지로나(Girona) - 고대 로마부터 중세 유산까지 품은 걷기 도시
지로나는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위치한 카탈루냐의 역사 도시입니다. 중세 시대의 성벽과 유대인 지구, 고풍스러운 골목길과 함께 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까지,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역사 박물관처럼 느껴지는 곳입니다.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오냥르강(Riu Onyar)은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진 강변 주택들과 함께 독특한 풍경을 선사합니다. 특히 유명한 '에펠 다리(Pont de les Peixateries Velles)'는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붉은 철제 구조물로, 이 다리를 건너며 양쪽 강변의 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사진 명소이자 산책의 시작점으로 매우 인기 있는 장소입니다.
또한 지로나의 ‘성벽 산책로(Passeig de la Muralla)’는 중세 도시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도보 코스입니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의 길로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으며,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는 도시의 풍경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도보로 약 1시간이면 여유롭게 전체 루트를 돌아볼 수 있어 하루 일정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지로나 대성당, 아랍 욕장, 유대인 박물관 등도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이동에 차량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고요한 분위기, 관광객이 적은 시간대, 잘 정비된 보행자 도로는 지로나를 도보 여행지로서 더욱 빛나게 합니다.
시체스(Sitges) - 바닷바람과 예술이 만나는 감성 마을
시체스는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30~40분 거리에 있는 해안 도시로, 바다와 함께 걷기 좋은 도시를 찾는 여행자에게 이상적인 목적지입니다. 온화한 기후, 감각적인 거리 디자인, 활기찬 예술 문화로 인해 오래전부터 예술가와 작가들이 사랑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시체스의 도보 여행은 해안 산책로인 ‘파세이그 마리팀(Passeig Marítim)’에서 시작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탁 트인 지중해 바다를 보며 걷는 이 길은 햇살 가득한 날에 특히 아름답습니다. 모래사장을 따라 설치된 벤치와 조경은 휴식을 취하며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며, 해 질 무렵에는 석양이 바다 위에 물들어 황홀한 경관을 자아냅니다.
도심 내부에는 하얀 벽면의 건물과 타일로 장식된 골목이 이어지며, 걷다 보면 곳곳에서 미술관, 갤러리, 소형 박물관 등을 마주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마리스엘 미술관’과 ‘카우 페라트 박물관’이 도심 내에 위치해 있으며,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시체스는 다양한 음식 문화도 매력적입니다. 바다를 마주한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신선한 해산물과 현지 와인을 즐기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도시 전역에 걸쳐 걷기 좋은 보도 블록과 넓은 인도, 친환경적인 자전거 도로가 마련되어 있어 도보 중심 여행자에게 더없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비크(Vic) - 카탈루냐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고즈넉한 도시
비크는 카탈루냐 내륙에 위치한 전통 도시로, 역사적인 건축물과 조용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장소입니다.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약 1시간 2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으며, 현대적인 감각보다는 전통과 고요함을 중시하는 여행자에게 적합합니다.
비크의 핵심은 중앙 광장(Plaza Mayor)입니다. 이 광장은 카탈루냐에서 가장 큰 중세 광장 중 하나로, 매주 토요일 열리는 시장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입니다. 광장을 중심으로 카페, 고서점, 전통 음식점이 모여 있으며, 대부분의 장소가 도보로 연결되어 있어 하루 종일 걸으며 여행을 즐기기에 이상적입니다.
또한 비크는 로마 유적이 잘 보존된 도시로도 유명합니다. 고대 로마 신전(Roman Temple)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해 있으며, 주변의 좁은 골목과 조용한 거리들이 고대 도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비크의 매력은 자연과 도심이 공존한다는 점입니다. 도시 외곽에는 초록이 우거진 산책로와 자전거 길이 이어지며, 여유롭게 산책하거나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상업화되지 않은 진짜 유럽 소도시의 면모를 보고 싶다면, 비크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카탈루냐의 지로나, 시체스, 비크는 각각 다른 매력을 지닌 걷기 좋은 도시들입니다.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지로나, 바다와 예술이 살아있는 시체스, 고요함과 자연이 공존하는 비크는 모두 도보 여행자에게 최적화된 소도시입니다. 스페인 대도시의 북적거림에서 벗어나 진짜 유럽의 감성을 걷고 싶다면, 이번 여행에서는 카탈루냐 소도시로 향해보세요. 발길 닿는 곳마다 풍경이 되고, 걸음마다 기억이 되는 여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