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소설 『삼체』는 복잡하고 정교한 천체물리학적 설정을 바탕으로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작품이다. 그 중심에는 ‘삼체성’이라 불리는 3중성계(Triple Star System)가 존재하며, 이 천체 구조는 현실의 물리학 이론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글에서는 삼체성의 구조를 바탕으로 한 3중성계의 천체물리학적 특성과 함께, ‘삼체문제’로 대표되는 고전역학의 난제, 그리고 이 시스템이 실제로 존재하고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현실성을 다각도로 분석해본다.
삼체문제란 무엇인가?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는 고전역학의 가장 오래되고 복잡한 문제 중 하나로, 세 개의 천체가 서로의 중력에 의해 운동할 때 그들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일반해를 찾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이 1687년 『프린키피아』에서 2체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이후, 과학자들은 이를 확장해 3체, 4체 이상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3체 이상의 문제는 단순한 공식으로는 풀 수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다.
삼체문제는 기본적으로 세 개의 천체—예를 들어 별, 행성, 위성—가 중력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시간에 따라 그들의 궤도를 어떻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문제다. 문제의 복잡성은 중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비선형적인 궤도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에, 초기 조건의 작은 차이만으로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는 카오스적인 성질을 띤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19세기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에 의해 카오스 이론과 연결되었으며, 이후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수치적 방법으로 궤도를 예측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하지만 일반적인 해, 즉 모든 조건에 적용 가능한 수학 공식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도 이 문제는 항성간 항해, 위성 시스템 설계, 블랙홀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우주 물리학 분야에서 핵심 이론으로 다뤄지고 있다.
중력역학 속 3중성계의 구조적 특성
3중성계(triple star system)는 실제로도 우주에서 흔히 발견되는 별의 구성 형태 중 하나다. 전체 항성계의 약 10~20%가 3개 이상의 별로 구성된 다중성계라는 통계도 있을 만큼, 3중성계는 현실에서도 관측 가능한 천체 구조다. 하지만 이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는 천체 사이의 질량 분포, 거리, 공전 궤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3중성계는 일반적으로 두 개의 별이 가까이서 서로를 공전하고, 세 번째 별이 이 이중성계 주위를 먼 거리에서 공전하는 형태로 구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다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 위계형(hierarchical) 3중성계: 두 별이 가까운 쌍성계를 이루고, 제3의 별이 그 쌍성계를 중심으로 더 먼 거리에서 공전한다.
- 비위계형(non-hierarchical) 3중성계: 세 별이 비슷한 거리와 질량으로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로, 매우 불안정하고 궤도가 예측 불가능하다.
『삼체』에 등장하는 삼체성은 후자의 형태에 가까운 비위계형 구조로, 카오스적인 궤도 변화가 자주 발생하며, 행성의 궤도가 안정되지 못하고 급변한다.
현실 가능한가? 과학적 검증과 사례
그렇다면 삼체성과 같은 3중성계는 현실에서 실제로 존재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은 하지만 매우 불안정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현실 우주에는 다수의 3중성계가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알파센타우리 외에도, HD 188753이라는 유명한 3중성계가 존재하며, 이 계에서 행성이 발견된 바 있다. 이 계는 세 개의 별이 존재하면서도, 한 행성이 세 별의 중력 균형 속에서 공전하고 있는 사례로, 과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하지만 HD 188753 시스템의 경우에도 별들 간 거리가 상당히 크고, 행성은 위계형 쌍성계를 도는 구조로 안정된 궤도를 유지한다.
현실적 조건:
- 위계형 구조여야 함
- 공전 궤도의 평균 안정성 확보
- 항성 간 질량 차이 존재
- 중심에 가까운 행성일수록 안정성 증가
이에 비해 『삼체』의 구조는 극도로 불안정한 비위계형 구조를 기반으로 한 설정이다. 작가 류츠신은 이를 통해 소설의 긴장감과 문명의 고난을 극대화했으며, 과학적 현실성과 창작의 균형을 절묘하게 맞추었다.
결론
삼체문제는 고전역학의 미해결 과제로, 천체물리학의 핵심 난제 중 하나다. 『삼체』의 삼체성은 이 문제를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사례이며, 3중성계의 구조적 특징과 물리학적 복잡성을 SF에 성공적으로 접목시킨 작품이다. 실제로도 3중성계는 우주에 존재하지만, 안정적인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위계형 구조와 중력 균형이 필수다. 독자들은 이 과학적 사실을 통해 소설 속 설정의 깊이를 더 잘 이해하고, 실제 우주의 경이로움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주의 다양성과 천문학의 무한한 가능성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